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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rk Knight 감상

terminee 2008. 8. 6. 02:26
주말에 집 근처 극장에서 심야 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짓은 가끔 하는데

평일에 영화를 보고 이렇게 늦게 돌아온 건 거의 처음 아닌가 싶네요.

다크 나이트를 봤습니다.

무조건!

조만간 다시 보러 갑니다.

정말 대단한 작품이네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야기, 화면, 음악,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 모든 것이 관객을 집중하게 만듭니다.

배트맨 비긴즈 BD의 서플에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관객들이 배트맨에게 몰입할 수 있도록 '현실적'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하던데

이번 작품도 그 생각대로 정말 잘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번에 배트맨 비긴즈 감상을 쓸 때,

"슈퍼맨이 크립토나이트에 고통 받거나 자아가 분리 돼서 쌈박질 하는 것과

배트맨이 당하는 시련이나 고통은 다르게 느껴졌다."라는 이야기를 했지요.

여전히 그런 느낌을 받게 합니다.

개한테 물려서 상처를 꿰매고 있는 슈퍼 히어로라니... ^^;;;


스토리는 좀 특이하다고 느꼈습니다. 이야기 자체가 아니라 흐름이요.

경찰, 지방 검사 하비 덴트, 그리고 배트맨이 조커를 잡기 위해

추격전을 벌이는 장면이 흐름 상 클라이막스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추격전이 끝나고 '정말 여기서 이야기를 마무리 하나?' 생각하면서

시계를 흘낏 봤는데 아직 한시간 정도 남은 러닝 타임. -.-

또 다시 관객들을 긴장으로 몰아가고 영화에 빠져들게 만듭니다.

페니웨이님의 두 번째 시사회 후기에 보니 사람들이

'클라이막스가 없다'라는 말들을 한다더군요.

정말 그렇습니다.

한껏 끌어 올렸다가 내려와서 차분히 마무리를 하는 구조가 아닙니다.

마지막까지 달리고, 달리고, 달리다가 영화의 마지막 대사,

마지막 단어를 듣는 순간에도 전율을 느끼게 하면서 끝납니다.


그리고 화면과 음악.

아이맥스 스크린에 꽉 찬 도시의 야경과 그 사이로 뛰어 내리는 배트맨.

특히 홍콩에서 빌딩 위에 서 있는 장면에서부터 감탄하고 있었는데,

거기서 뛰어 내리는 장면에서는 뭐 할 말이 없더군요.

"참 잘 찍었다."

음악은 한스 짐머와 제임스 뉴튼 하워드.

제임스 아저씨 쪽은 잘 모릅니다만, 한스 짐머는 중학교 때 쯤 나온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언 킹'의 음악으로 처음 알았습니다.

최근에는 캐리비안 해적의 음악도 했더군요.

그리고 몇 년 전에 방영한 일본 TV 애니메이션 '블러드+'의 음악도 했습니다.

그 애니 볼 때 한스 짐머의 이름을 보고 얼마나 놀랐던지...

배트맨 비긴즈를 보면서 귀에 익은 음악 주제들이나,

추격 장면들의 음악도 좋았고, 조커가 만들어 놓은 두 배 사이의 게임의

막판에 긴장감을 고조 시키는데도 정말 음악이 크게 한 몫 해주더군요.


배우들의 연기, 특히 조커 역, 히스 레저의 연기는

이미 많이 소문난 대로 정말 장난 아닙니다.

보면서 계속 도대체 후속편에서 저 역에 누가 도전할까가 걱정 되더군요.

취조실 장면.

배트맨은 눈에 힘 잔뜩 주고, 조커는 버릇대로 계속 혀를 날름 거리면서

얼굴 맞대고 대화하는 그 장면에서는 둘의 표정을 지켜보느라

자막을 제대로 못 봤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배트맨 역의 크리스천 베일이나 하비 덴트 역의 아론 애커트는

히스 레저에 비하면 평범한 연기로 보이더군요.

이 배우가 세상을 떴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는

(보지도 않았던) 브로크백 마운틴의 배우로써만 알고 있었는데

이제야 뒤늦게 안타까움을 느끼게 되네요.

하비 덴트의 캐릭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정의감에 불타는 검사. 동전.

그리고 모든 것을 잃고 복수의 무법자가 된 투 페이스.

조커가 너무도 강렬하고 후반엔 투 페이스까지 등장하면서

배트맨은 상대적으로 밋밋해져 버린 것 같아서 아쉬웠습니다.

고뇌하는 브루스 웨인의 모습이 그려지긴 했지만 아무래도

그보다 더 기억에 남는 건 조커네요. 크


영화의 마지막. 고든이 마지막 대사를 중얼거립니다.

그걸 들으면서 마지막 단어는 바로 이 영화의 제목이 되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단어가 나오고, 배트맨이 배트포드를 타고

사라지면서 화면에는 (배트맨 비긴즈와 마찬가지로) 영화 처음엔 나오지

않았던 영화 제목이 쾅 하고 찍힙니다.

그 순간에 영화 내내 긴장하고 몰두하느라

느끼지 못 했던 전율이 한꺼번에 몰려듭니다.

마음은 박수를 치고 있었는데 그런 때 극장에서 박수 치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고, 오늘도 역시 그런 분위기였던지라

가만 있어야 하는 게 아쉽더군요.

다만... 영화 마지막의 짜릿한 느낌을 느낀 사람이 많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요즘 크레딧 끝에 짤막한 영상이 나오는 영화들이 종종 있기 때문인지,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크레딧을 끝까지 앉아서 보고 나가는

사람들이 다른 영화 볼 때보다 많았습니다.

그리고 크레딧이 끝나고, 다시 한 번 영화 제목이 화면에 찍히는 순간,

여기저기서 박수 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저도 물론 같이... ^^


감상은 내일이나 그 후에 천천히 쓰려고 했는데,

컴퓨터 앞에 앉으니 그렇게 되질 않네요.

올해 본 최고의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나중에 블루레이 디스크도 나오면 무조건 구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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