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그런 거지

삼촌, 왜 이러세요. -_-;;

terminee 2008. 3. 6. 15:57
어제 밤에 집에서 신나게 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회사 과장님이 어떻게 하면 좀 잘 할 수 있는지 알려달래서

NBA LIVE 08 DEMO를 받아서 쉬운 패턴을 찾으려고 열심히 뛰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

갑자기 울리는 핸드폰.

발신자는 외삼촌. 이 밤중에 나한테 전화하실 일이 없을텐데... --a

삼촌은 회식 중이셨나봅니다.

술이 좀 오르신 목소리로 느닷없이 아가씨를 바꿔줄테니 인사를 하랍니다. -_-;;;

뭐라 말릴 틈도 없이 바꿔주시려고 하는데 저쪽에서도 피하는 모양입니다.

실패하신 삼촌.

괜찮은 아가씨가 있어서 소개시켜주시려고 하신다면서 일단 전화를 끊으십니다.

10분도 안 돼서 전화가 또 옵니다.

회사가 어느 동네냐고 물으십니다.

"분당 xx동이오."

"이 아가씨 집이 xx동이다. 20분이면 가겠구만 가깝네. 그 동네다 살림 차리자."

삼촌님 왜 이러시나요... -_-;;;

몇 말씀 더 하시더니 전화 끊으셨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제가 장가 갈 생각도 없고

연애도 귀찮아 한다는 걸 아시기 때문에 여자에 대해서는 말씀이 없으시지만

다른 친척 분들은 그런 이야기 별로 한 적이 없으니

이제 30대에 접어든 저에게 '슬슬 결혼 안하냐', '좋은 아가씨 있다'

등등의 이야기가 나올 걸로 예상은 하고 있었습니다만... 크크


뭐 어쨌든 저는 계속 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자정이 조금 넘어서 또 전화가 옵니다. -_-;;;

술자리가 끝나고 집에 가시면서 또 전화를 하셨습니다.

"삼촌이 얘기 잘 해서 이 아가씨가 이미 너한테 홀딱 넘어갔다."

어떤 여자가 보지도 못한 남자한테 홀딱 넘어가나요. 재벌 2세도 아니고... -_-;;;

말씀은 감사하지만 결혼할 생각도 없고, 여자 만날 생각도 별로 없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너 이 녀석 왜 결혼할 생각이 없냐. 긴긴 밤 동안 뭐 하려고."

"밤엔... 자야지요... -_-;;;;"

"이 아가씨가 공무원이고 여러모로 맘에 딱 든다. 한 번 만나봐라."

공무원에서 넘어갈 뻔 했습니다. 크크

뭐 결혼할 생각이 있었더라면 일단 만나고 봤겠지만

그렇지도 않은데 공무원이고 뭐고 만나서 뭐 하겠습니까.

이렇게 어른 소개로 만나서 그냥 친구나 하자...고 하기도 그렇고요. 크

뭐 이래저래 이야기를 하다가 제가 다음 날(그러니까 오늘)

삼촌께 전화를 드리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힘들었습니다. ^^;;;)


어제 술을 꽤 드신 것 같아서 기억 못하실지도 모르니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 없다는 생각으로 일단 전화는 안 하고 있습니다. 크크


삼촌... 생각해 주시는 건 감사한데... 제발 맨정신에 전화 주세요. 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