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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수' 선수의 안타까운 미국 생활 실패

terminee 2010. 1. 11. 17:48
농구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들어보셨을 만한 이름.

'최진수'라는 농구 선수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김'씨였다가 성을 바꿨기 때문에 '김진수' 선수로 알고 계신 분들도 있을 것 같네요.

우리나라에서 중학교까지 졸업하고 미국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농구를 계속 했습니다.

큰 키에 발도 빠르고 슛도 좋아서 상당한 기대를 받았지요.
(네이버 인물 정보 상의 키는 204cm)

미국에서도 인정을 받고 미국 대학 농구 명문 중 하나인

메릴랜드 주립대학으로 스카웃 됩니다.

몇 년 전 KBL 드래프트에 참가하기 직전에 화려한 덩크슛 영상과

미국 대학 농구 무대에서 활약했다는 경력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던

김효범 선수는 NCAA가 아니라 그 보다 한 단계 낮은 대학 리그 소속이었습니다.
(NAIA였던가 하는...)

우리나라 사람으로는 처음으로 NCAA 무대에서 뛰는 선수.

저학년이라 아직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지는 못하고 있었지만

NCAA 64강토너먼트에 올라갈 수 있는 전력을 갖춘 대학에서 착실히 성장하면

한국인 최초의 NBA 드래프티가 되는 것도 꿈만은 아닌 듯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안타까운 소식이 들리더군요.

최진수 선수가 미국 생활을 포기하고 우리나라에서 뛸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합니다.

운동 선수들은 학생 때부터 공부 다 제껴 놓고 죽어라 운동만 시키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공부를 제대로 못하면 운동을 안 시킵니다.

최진수 선수가 대학에서 한 과목을 pass 하지 못해서 일정 기간 동안

선수 생활을 할 수 없게 됐답니다.

경기 출전만 못 하는 것도 아니고 훈련에도 안 끼워준다더군요. -_-;;;

그래서 학교를 계속 다니게 되면 1년 정도 농구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합니다.

중학교 때까지는 우리나라에서 공부 부담 없이 농구만 하다가

고등학교 때부터 미국 학교에서 공부도 하고 농구도 하려니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더욱 안타까운 건 이렇게 된 것이 '본인이 공부를 소홀히 해서'만은 아니라는 겁니다.

아무래도 공부에 대해서 불리한 상황이다보니 방학이고 뭐고 없이

여름 학기 겨울 학기 열심히 들었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국가대표로 차출 되는 바람에 계절 학기를 못 들었습니다.

지난 여름 학기를 들었으면 그 다음 학기에 학점 부담이 줄었을 것이고

지금처럼 딱 한 과목을 pass 못 해서 학교를 포기하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로 뛰느라 생긴 일이니 어느 정도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위안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습니다.

당시 국가 대표 팀이 구성된 목적은 아시아 선수권 대회였습니다.

대표팀은 아시아 선수권 직전에 열린 존스컵 대회를 전력 점검의 기회로 삼았습니다.

이 대회에서 최진수 선수는 별로 뛰어보지도 못했습니다.

'실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 아니었나라고 생각하기에는

어차피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전력 점검을 한다고 나간 대회인데

실력이 떨어진다고 출전 안 시켰다고 하는 건 별로 설득력이 없습니다.

게다가 존스컵이 끝나고 아시아 선수권이 열리기 직전에 최진수 선수는 대표팀에서 밀려납니다.

부상으로 빠졌던 하승진이 복귀하면서 생긴 일입니다.

결국 최진수 선수는 제대로 된 경기도 못 해보고

부족한 공부를 보충할 시간도 뺏긴 겁니다.

팀 입장에서는 부상으로 빠진 선수 자리에 일단 다른 선수를 채워 놨다가

부상 선수가 복귀하면 활용도가 떨어지는 선수를 다시 내보내는 당연한 일이었지만

그게 굳이 공부 하기 바쁜 최진수 선수였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올해 KBL 신인 드래프트 참가 신청 기간은 진작에 끝났지만

최진수 선수는 현재 상황을 감안해서 참가 자격을 달라며 선처를 호소하는 편지를

KBL에 보냈고, KBL은 원칙을 내세우며 거부했습니다.

이번 시즌 시작 전에 이면 계약 파문으로 농구판을 아주 우습게 만들어 놓은

선수에 대해 출장 정지 징계를 내린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형평성' 운운하며 징계 기간을 아주 과감하게 반으로 후려쳐 주던

'임기응변에 능하고 융통성 있는' KBL의 지금까지 모습을

생각해 보면 이번 '원칙고수' 결정은 정말 웃기지도 않습니다.
(KBL 총재 바뀌고 나서는 점점 더 난장판인 것 같습니다. -_-;;)

젊고, 앞날이 창창한 선수 한 명만 정말 안타까운 처지가 됐습니다.

이제 남은 방법은 국내 대학 편입 정도가 있다고 하는데

그나마도 하반기 쯤에나 가능한 모양입니다.

제 생각 같아서는 최진수 선수가 미국에 남아서

1년 이 악물고 무슨 방법을 찾아서든 개인 연습도 열심히 하고

공부도 좀 따라잡아서 다시 NCAA에 복귀해 줬으면 싶지만

본인은 너무도 힘들었는지 '공부 신경 안 쓰고 운동만 할 수 있는 우리나라로 돌아오고 싶다.'며

미국에 남는 방안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너무 아쉽네요.

기대하던 미국 생활을 포기하는 것으로 확정된 이상,

이제는 국내에서 좋은 방법을 찾아서 꼭 더 큰 선수가 되길 바랍니다.

미국 진출은 나중에라도 다시 기회가 있겠지요.

그리고...

KBL, 농구협회... 이 양반들이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네요.

선수 차출이든 뭐가 됐든 길게 보고 생각 좀 하고 결정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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