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여우의 이스터 에그 - The Book of Mozilla

우선 Easter Egg가 뭔지를 먼저 간단하게 말씀드리지요.
(혹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

원래 영어 단어 뜻 그대로는 '부활절 달걀'입니다.

크리스트교에서 부활절에 장식한 달걀을 나누는 풍습이 있는 건 많이 아시겠지요.

그 달걀을 가리키는 단어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숨겨진 기능이나 메시지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원래 부활절 달걀은 삶은 달걀을 서로 나누는 건데,

상대방을 놀래주기 위해서 날달걀을 주는 장난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그 프로그램의 원래 기능과는 전혀 관계 없는 이상한 기능이나 메시지가 들어있습니다.

지금 기억 나는 것들로는...

동영상 플레이어인 KMP나 곰 플레이어는 프로그램 정보 창에서 프로그램 로고를

더블클릭하면 뜬금없는 게임이 실행 되고요,

초기의 알집도 비슷한 방법으로 제작자의 숨겨진 메시지를 볼 수 있었습니다.

Windows95는 새 폴더를 만들어서 정해진대로 폴더 이름을 열 번쯤 바꾸고

더블 클릭을 하면 제작진의 인사가 나오는 동영상이 플레이 됐던 걸로 기억합니다.

스타크래프트도 맵에 돌아다니는 짐승(?)들을 50번인가 몇 번인가 연달아 클릭하면 폭발하는

일종의 이스터 에그가 있었지요.

그 밖의 프로그램들에도 상당히 많습니다. 검색해보시면 많은 자료가 있을 겁니다. ^^

곰플레이어의 이스터에그, '닷지' 게임의 모습

제가 지금 쓰고 있는 웹 브라우저 불여우(Firefox)에도 이스터 에그가 있다는 이야기를

작년에 들었습니다. (사실은 이틀 전... ^^;;)

웹에서 찾아보니 꽤나 유명한 거라는데 저는 이제야... 하핫

자 모르셨던 분들은 함께 해보시지요. Mozilla 계열의 불여우나 Netscape에서 가능하다고 합니다.

주소창에 'about:blank'라고 치면 빈 페이지가 뜨는 건 알고들 계시겠지요.

비슷하게 'about:mozilla'라고 치면 이스터에그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Firefox 2.0 (한글)에서 확인한 이스터에그 메시지

오... 뭔가 있어보이는 메시지가 나타납니다.

배경도 벌거죽죽한 것이 좀 괴기스럽고, 문장의 내용도 뭔가 종말의 분위기 같은... ^^

'모질라서 7장 15절'이라고 돼 있네요.

모질라서 (The Book of Mozilla)라니, 성서에 그런 게 있었나?

아니면 어디 사이비 종교 경전인가? 크크

사실 실존하는 책은 아닙니다.

이 이스터에그에 나오는 가상의 책이고, 7장 15절이라는 것도 사실은 날짜를 나타냅니다.

현재 알려진 모질라서의 공식적인 구절은 단 네 개뿐이고,
(여기서 '공식적인'이라는 말은 '정식 릴리즈된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웹 상에서 더 많은 구절들을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짐승이 휘몰아치는 복수의 구름에 둘러 싸이리라. 불신자들의 집은 땅에서 무너지며 태워질 것이니, 그 흔적은 마지막 날까지 깜빡이리라.
모질라서 12장 10절
And the beast shall come forth surrounded by a roiling cloud of vengeance. The house of the unbelievers shall be razed and they shall be scorched to the earth. Their tags shall blink until the end of days.
from The Book of Mozilla, 12:10

그리고 짐승이 군대를 일으키니, 그 수효가 수천의 수천배로 늘어나리라. 수백만 키보드의 울림은 거대한 폭풍우와 같아 온 땅을 뒤덮을 것이며 맘몬의 추종자들은 떨리라.
모질라서 3장 31절
(적색 문자본)
And the beast shall be made legion. Its numbers shall be increased a thousand thousand fold. The din of a million keyboards like unto a great storm shall cover the earth, and the followers of Mammon shall tremble.
from The Book of Mozilla, 3:31
(Red Letter Edition)

마지막 때에 짐승은 무너지고 불신자들은 기뻐하리라. 그러나 모두 소멸되지 않으리니 거대한 새의 재로부터 살아나 불신자들을 잡아 불과 번개로 그들을 덮으리라. 짐승이 다시 살아나 새 힘을 얻으리니 맘몬의 추종자들은 공포에 떨리라.
모질라서 7장 15절
And so at last the beast fell and the unbelievers rejoiced. But all was not lost, for from the ash rose a great bird. The bird gazed down upon the unbelievers and cast fire and thunder upon them. For the beast had been reborn with its strength renewed, and the followers of Mammon cowered in horror.
from The Book of Mozilla, 7:15

그러하니 다시 태어난 짐승이 창조자가 보시기에 좋았더라.
모질라서 8장 20절
And thus the Creator looked upon the beast reborn and saw that it was good.
from The Book of Mozilla, 8:20

몇몇 단어의 의미에 대해 말씀드리면,

'짐승(the beast)'은 모질라(Mozilla)를 뜻합니다.

이 녀석이 Mozilla. (Mozilla 재단 로고)

'맘몬(Mammon)'은 브라우저 시장의 경쟁자인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와

'디몬(Demon)' 혹은 '몬스터(Monster)'를 합쳐놓은 듯한 인상을 줍니다.

'불과 번개(fire and thunder)'는 모질라 재단의 제품인

Firefox(웹브라우저)와 Thunderbird(메일 클라이언트)를 나타냅니다.

Firefox 로고

Thunderbird 로고

위키피디아의 모질라서에 대한 내용을 읽어보시면

어떤 프로그램의 어느 버전에서 각 메시지를 볼 수 있는지,

몇 장 몇 절이 나타내는 날짜의 의미, 각 구절에 숨겨진 의미에 대해 잘 나와있습니다.

위키피디아 영문판의 'The Book of Mozilla' 항목에는

다섯 번째 구절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사실 이 항목 내용에서 처음에는 '공식적인 네 개의 구절이 있다.'라고 해놓고

아래쪽에 가면 다섯 번째 구절에 대한 내용이 있는 걸로 봐서

아직 완전하게 편집이 되지 않은 듯 합니다. (한글판에는 아예 언급이 없고요.)

어쨌든 다섯 번째 구절은 다음과 같습니다.

And when the Beast had taken the quarter of the Earth under its rule, a quarter hundred Birds of Sulfur flew from the Depths. The birds crossed hundreds of mountain views and found twenty four wise men who came from the stars. And then it began, the believers dared to listen. Then, they took their pens and dared to create. Finally, they dared to share their deed with the whole of mankind. Spreading words of freedom and breaking the chains, the birds brought deliverance to everyone.
from The Book of Mozilla, 11:1

이 구절은 Social Networking 사이트들과의 연동 기능에 중점을 두고

Firefox 기반에서 개발 된 Flock이라는 웹 브라우저에서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전체 문장의 의미는 아직 발표된지 얼마 안 된지라 확실히 알려지지 않았고요,

첫 부분인 'And when the Beast had taken the quarter of the Earth under its rule'는

Firefox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에 대한 내용일 것이라는 추측만 있습니다.

2007년 11월에 36.3%라고 하네요. 이 구절이 11장의 내용인 것도 이것과 관계가 있을지...

(내용의 해석은 하지 않겠습니다. 해 놔봐야 쪽만 팔 것 같고... ^^;;;)

제가 여지껏 본 이스터에그 중에 가장 의미심장한 물건인 것 같습니다.

이전까지는 옛날 알집의 이스터에그에서

'무료 소프트웨어 개발해서 먹고 살기 힘들다.' 비슷한 내용의 이야기가 나와서

공감했던 것 이후로 가장 인상적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