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은... 2, 3년 전입니다. ^^
우리 셋 중에 한 친구가 중국 유학갔다가 방학이라 잠시 들어왔을 때였고,
저하고 또 한 친구는 회사 다니고 있었네요.
오랜만에 셋이 한 번 놀러가자!라면서 계획을 했었지요.
그래서 동해로 일단 뜨긴 떴는데...
그 때 태풍이 왔는지 어쨌는지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었습니다. -_-;;;
어쨌거나 가기로 한 거! 가야지요.
회사 다니는 친구는 여자친구 떼놓고 오느라 한바탕 싸우고 왔답니다.
한참 싸우다가 여자친구가 '그럼 맘대로 하라'길래 '어 그래'하고 왔답니다. ^^;;
강릉 도착하자마자 그 여자친구한테서 전화가 오더군요. 전화 받은 친구.
친구: 여보세요.
여자친구: 어디야
친구: 강릉.
여자친구: 끊어. (툭... 뚜~뚜~뚜~)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으나.. 뒷일은 뒷일. 일단 온 거 놀고 봐야지요. ^^;;
도착한 게 점심 때쯤.
점심으로 뭘 먹을까 하다가 회를 샀습니다.
점심 식사로 '회'라니... 이건 밥 안 먹고 술 먹겠다는 얘기지요. 크크
숙소로 회를 들고가서.. 친구가 가져온 양주를 깠습니다.
빈 속에 회에다가 위스키, 나중엔 그것도 모자라서 소주까지...
이미 꼭지는 반쯤 돌아갔습니다.
그러나 거기서 멈추지 않고 숙소 앞 바닷가 바위에 기어올라서 캔 맥주... -_-;;;
이제 정신도 나갈만큼 나갔겠다, 원래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물에 뛰어들었습니다.
제 정신이 아닌 와중에도 비바람이 몰아치는 바다는 무서웠던지
깊이 들어가지 않고 무릎 언저리 깊이에서 뒹굴고 놀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크크
그러나. 그런 날씨엔 무조건 입수 금지.
안전 요원을 맡고 있던 동네 청년이 나와서 멀찍이서 우리보고 나오라고 소리를 쳤다더군요.
(작은 마을 해수욕장이라 정식 안전 요원이 없었습니다.)
저는 그 때까지 안전요원이 소리치는 걸 못 들었습니다.
금새 지친 우리 세 친구. 발목 정도 깊이의 물에 주저 앉았습니다.
그 때 제 귀에 들린 안전 요원의 외침. "거기!! 나오라고!!"
'어, 저 새끼가 반말하네?'
이미 정신 나간데다 어디 어려보이는 놈이 반말하는 걸 들었으니 그냥 넘어갈리 없지요.
성격 최고 지랄인 회사원 친구하고 저는 안전 요원 쫓아가서
'왜 반말이냐' '너 몇살이냐' 온갖 지랄을 부렸고,
그나마 성격이 조금 좋은 중국 유학파 친구는 우리를 말리고 있었습니다.
어쨌든 이 사람들 물에서는 나왔고, 술먹고 제정신도 아니니 상대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판단한 안전 요원 몸을 뺍니다.
저도 방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나와서 창 밖으로 내다보니 웬 아저씨들하고 두 친구가 붙었더군요. -_-;;;
나중에 들어보니 저 먼저 방으로 들어가고 두 친구 뒤따라 오는데
동네 아저씨들이 손가락질을 하더랍니다.
성격 불 같으신 우리 직장인 친구. 당장 가서 또 붙었답니다.
비교적 유순하신 중국 유학파 친구. 아저씨들한테 죄송하다고 하면서 말렸답니다.
그 장면을 창 밖으로 본 저는 '뭐야 또 붙었어? 나도 나가야겠다!!'
나가려고 옷 입는 사이에 두 친구 들어오더군요.
저 씻는 사이에 경찰도 왔다 갔답니다. -_-;;;
뭐 치고받고 싸운 것도 아니고 우리도 법을 어긴 건 없으니
경찰도 좋게 몇 마디 하고 그냥 갔다더군요.
이제 진정 좀 하고...
세 친구 둘러 앉아 고스톱을 치기 시작...했으나 정신 차리고 보니
셋 다 그자리에 그대로 쓰러져 자고 있었습니다.
모두 고스톱 치기 시작한 기억은 있으나 정리하고 쓰러져 잔 기억들이 없습니다. -_-;;;
한참 기억 끼워맞추기를 하다가... '에라 인생 뭐 있냐 술이나 먹자.'
삼겹살 구워서 쏘주를 먹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이미 낮에 미친 듯한 과음으로 속은 음식을 받아주지 않더군요.
삼겹살이고 쏘주고 뭐 조금씩 먹다가 포기.
쓰러져 뒹굴다가... 편의점 가서 꿀물 하나씩 사먹고 들어와서
다시 맥주 먹다가 또 포기... -_-;;; (끈질기다...)
결국 그렇게 아무것도 못하고 밤을 보내고는 다음 날 돌아왔습니다.
낮술을 먹고 취한 건지... 미친 건지... ^^;;;
마무리.
중국에서 대학교 졸업하고 작년에 귀국해서 회사 다니고 있습니다.
뭐 저도 그 때 다니던 회사 그냥 대충 다니고 있고... ^^
이제 다시는 저렇게 못 놀 것 같습니다.
아니... 저번 주말에 저 강릉 사는 친구네 집에 가서
또 저지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
어쨌든.
최고의 선물이자 최악의 저주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