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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 Trek: The Beginning

terminee 2009. 5. 11. 11:33

스타트렉을 보고 왔습니다.

스타트렉 시리즈는 본 적이 없고,

관련된 기억이라고는 예전에 TV에서 대머리 선장님 나오는 스타트렉 시리즈가 방영 됐다는 것 뿐인데

페니웨이님의 스타트렉 연대기를 읽어보니 그게 TNG (The Next Generation)이었다는군요.

스타트렉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그냥 영화만 보려던 계획이었는데

페니웨이님의 기획 포스팅 덕분에 부족하나마 배경지식을 조금 가지고 영화를 보게 됐습니다.


시작하자마자 켈빈호(U.S.S. Kelvin)이 공격당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스타워즈 EP.3가 사람 정신을 빼놓는 전투 시퀀스로 시작했던 게 생각나더군요.

스타트렉 시리즈는 볼거리 보다 드라마가 강점이라고 생각하고 본 작품인데

시작부터 의외로 볼만한 화면을 보여줬습니다.

켈빈의 함장이 죽고 임시 함장이 되는 커크.

얄팍한 배경지식으로 '커크' 함장이 메인 캐릭터라고 알고 있어서

"저 사람인가보다!!!" 했는데 12분만에 죽어버려서 당황. -_-;;;;
(영화 러닝타임으로 12분이 아니라 나중에 대사 중에 "12분 동안 함장이었다."는 말이 나옵니다.)

주인공은 아버지가 죽던 그 날 태어난 그 아들 제임스 타이베리우스 커크더군요.


제임스 커크가 엔터프라이즈호의 함장으로 성장하는 과정과

앙숙으로 시작하는 커크와 스팍의 관계,

그리고 시작부터 이유 없이 연합함대의 켈빈호를 작살내 놓으셔서

주인공 제임스 커크를 애비 없는 자식 신세로 만들어 놓은 전함의 정체와 목적.

이런 이야기를 중요한 줄거리로 해서 영화가 흥미롭게 진행됩니다.

이전 시리즈부터 즐겨온 스타트렉의 팬들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번 작품으로 스타트렉을 처음 접한 사람에게는 만족스러운 재미를 주는 영화입니다.

대체로 늘어지는 부분 없이 계속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진행되는 이야기와

중간중간 보여주는 볼만한 화면들, 그리고 웃음.

특히 러시아계 인물인 체코프(함내에서 무기 담당이었던 듯.)가 처음 등장해서는

엔터프라이즈호의 시스템에 음성으로 명령을 내리는데

시스템이 러시아 억양이 강한 체코프의 영어를 인식 못해서 진땀 빼는 장면에서

한참 킥킥 거리며 웃었네요.
(체코프 역의 배우 안톤 옐친은 곧 개봉하는 터미네이터에도 나온다더군요.)


당연히 속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영화이니 다음 작품 소식을 기다려야겠습니다.

그렇다고 이 작품이 "다음 이시간을 기대해 주세요."하면서

절단 신공을 발휘해서 사람 맥빠지게 만드는 영화는 아닙니다.

이 작품 자체로 이야기가 완결되지만 이제 엔터프라이즈호의 멤버들이 막 모였을 뿐이니

그들이 보여줄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라는 거지요.

사실 TV 드라마는 700편이 넘고 극장판도 이미 10편이나 나와있는 (이번이 11번째 극장판)

시리즈에 배경지식 없이 갑자기 뛰어든다는 게 망설여져서 볼까말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감독 J.J. 에이브럼스부터가 스타트렉의 팬이 아니었고

시리즈를 모르는 사람들도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질러 본 건데 성공이네요.

스타트렉은 모르더라도 SF 장르를 좋아하시거나

그냥 즐길 수 있는 블록버스터를 원하시는 분이라면 누구나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Live Long and Prosper.

아놔 나 저 손모양 안 됨. 선천적으로 트레키가 되기는 틀렸음. 크크